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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4 [스크랩] 사업을 할 때 알아야 할 것들(2) - 사람관리 - 세이노의 가르침
  2. 2016.02.02 [스크랩]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 - 세이노의 가르침
  3. 2016.02.01 [스크랩] 돈을 모을 때는 날파리들을 조심해라 - 세이노의 가르침 2
  4. 2016.01.29 [스크랩]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 세이노의 가르침
  5. 2016.01.29 [스크랩]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 세이노의 가르침

프리랜서 개발자 분들도 사업자 등록을 내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개발외에 투자도 진행이 되고, 사업도 하나둘 시작하다보면, 즉, 어느 규모 이상의 포트폴리오 구축이 되면, 더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실행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결국엔 내 사람이 필요하게 되는데, 좋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스마트하면서 좋은 사람요. 이와 관련한 좋은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흥미롭기도하고, 주제와는 별개로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게 바로 2)의 내용이어서 굵게(초록색) 표시하였습니다.

 

네 째, 사람 관리이다.

 

장사에서 인건비를 줄이려면 당신이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혼자서 별 걸 다하여야 한다고 했다. 사업에서도 그 원칙은 초기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장사이건 사업이건 간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직원을 어쩔 수 없이 채용하여야 한다. ( 물론 직원은 한명도 없이 외부 인력을 일당제로 고용하여 수년간 사업을 하여 온 사장도 내 주변에 있는데 사무실 조차 없지만 건설회사들을 상대로 위생설비 공사를 꾸준히 도급 받아오고 있다. )

 

그런데 직원은 어떻게 채용하여야 하며, 또 월급은 얼마나 주어야 할까?

먼저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를 생각하여 보자. 당신으로서는 능력 있고 똑똑한 경력 직원을 뽑고 싶겠지만 뒷돈이 많지 않은 한, 사업 초기 단계에서 그런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직원도 없고 사무실도 초라하고 일을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는 작은 회사에 당신 같으면 취직하고 싶겠는가?

 

사업을 친구나 선배, 후배 등과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착각하지 마라. 일이란, 같이 하여 보기 전 까지는 그 능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같이 놀러 다니며 술도 같이 마시면서 정을 키워 왔고 그러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를 알고 있기에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일의 본질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당신의 무지를 보여 줄 뿐이다.

 

가까운 친구나 선후배가 모여 사업을 하여 성공을 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그들 모두가 “일단은 이 사회에서 학습능력이 검증된 경우”이다. 즉 참여자들 모두가 머리가 좋다는 것이 이미 학벌로 입증되어 있는 경우이거나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함께 해 본 경험을 공유한 동료들이 뭉친 경우이다. 군대 동료나 선후배는 어떨까? 잊어버려라.

 

어쨌든 내가 사업 초기에 취하였던 원칙은 대강 아무나 뽑는 것이었다( 사업 초기에 한한다! ). 아무나 뽑아서 어떻게 일을 시키느냐고? ( 소형 톱니바퀴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주켄 공업은 그 인력 관리 방식이 “선착순 채용, 명예퇴직 없음, 출퇴근시간 없음, 학력, 경력 등 채용기준 없음” 이다. 서점에 “주켄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으므로 경영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

 

사업 초기에 내가 언제나 써온 방법은 이러했다. 우선은 내가 북을 치면서 북 치는 방법을 어느 정도 배워 놓은 뒤 적당한 사람을 뽑아 그 방법을 그대로 가르쳐 준다. 그래서 북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나는 장구를 치고, 그러다가 내 장구 소리가 궤도에 오르면 장구를 칠 사람을 뽑는다. 내가 나 스스로 전혀 일해 보지 않은 분야에서 사람을 뽑은 경우는 운전기사 뿐이었을 정도로 나는 일단은 내가 먼저 해 보고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때 사람을 뽑았다는 말이다. 내가 왜 그렇게 하였을까?

 

다른 사람을 고용할 때 당신이 모르는 것을 대신하여 줄 사람은 인건비가 비싸다. 하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하여 줄 사람의 인건비는 언제나 전자의 경우 보다는 싸게 책정된다. 즉 당신의 지식 부족을 메꿔 주는 데 사용되는 인건비는 당신의 시간 부족을 메꿔 주는 데 사용되는 인건비 보다 언제나 높게 책정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경리 업무에 대하여 백지라면 경리 직원을 뽑을 때 당연히 경력자를 뽑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 초기에는 할 일도 많지 않을 것이기에 다른 여러 가지 잡무들도 함께 처리할 것을 당신은 요구할 것이고 봉급도 넉넉하게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곧 그 경리 직원은 불만에 가득 차게 되고 기회만 생기면 사표를 내고자 할 것이지만 당신은 그 직원이 매일 한가하게 놀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아주 못마땅해 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일단은 기초적인 경리 지식을 혼자서 공부하고 최소한의 전표처리 등을 직접 하여 본 뒤 적어도 간단한 장부 정리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갖추었다면 막말로 아무나 채용하여도, 가르쳐 가면서 일을 시킬 수 있게 되고 그 직원이 하는 일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게 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일을 배워가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보람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직원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관련 업무 지식을 자발적으로 증가시켜 나갈 것을 기대하지는 말아라. (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직원을 만났다면 봉급도 처음 약속한 것 보다는 대폭 올려주고 절대 놓치지 마라. 시키는 일만 하는 어중이 떠중이 2~3명 보다는 그런 사람 한명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한 사람 봉급을 100이라고 할 때 150을 주면 된다. )

결국 사업 초기의 직원 고용의 핵심은, 반복적인 일을 대신 할 사람을 구하라는 것이지 두뇌를 빌릴 사람을 구하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명심해라. 사업이건 장사이건 간에 그 초기 단계에서 당신이 모르는 일을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시키려고 하면 그 인건비는 생각보다는 비싸게 책정될 수 밖에 없고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당신은 전혀 판단하기 어려우며 그저 그 사람이 보고하는 말에 의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 원칙은 외주(외부 발주)를 할 때도 그대로 통용된다.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원목으로 만드는 야외 데크 공사를 외부에 발주하였던 적이 있다. 데크 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이나 목수들에게 물어보면 평당 40~50만원 선을 달라고 한다. 이런 업체나 전문 목수들에게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원목 데크에 대해 아는 바가 있지 않는 한, “좀 싸게 안됩니까?”가 전부이다.

 

그런데 내가 목재를 사다 주고 목수를 도급제로 고용하면 얼마나 소요될까? 목재? 어떤 목재? 방부목? 어떤 방부목? 무슨 나무로 만든 거? 어떤 식으로 방부 처리된 것? CCA 처리? 그게 뭔데? 어떤 사이즈? 어떤 등급? 데크 판넬은 무슨 나무로? 방키라이? 말라스? 그게 뭔데? 못은 뭘 써야지? 아연도? 전기도금? 길이는? 연결 금속은? 원목에는 뭘 칠해줘야 한다는데 그게 뭐지? 스테인? 종류는? 그나 저나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데? 장선, 그게 뭐지? 뼈대라고? 얼마 간격으로 그 뼈대를 놓아야 하지? 그나 저나 그 나무들은 어디서 구입하는 건데? 목수는 어디서 구하고? … 자, 이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당신이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게 되면 비용은 얼마나 절약될 수 있을까? 절반 정도면 된다. (그런 지식을 흡수하는 원천이 된 인터넷에 감사하라. 아울러 인터넷에서 쓸만한 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음도 알아라. )

 

왜 그럴까? 당신이 모르는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면 상대방의 지식을 돈으로 사는 셈이 되고, 당신이 알고 있는 일을 부탁하게 되면 상대방의 시간과 경험적 숙련도 만을 구입하는 셈이 되게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업이나 장사 초기에 뒷돈이 별로 없는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단순 대행하여 줄 사람이다. 그래야 인건비가 싸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알아야 하므로 당신은 도대체 주말에도 놀 시간이 전혀 없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라.)

 

사업 초기에는 설령 제 아무리 뒷돈이 많다 할지라도 정말 유능한 직원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입사를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입사 희망자들에게 회사와 개인의 미래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유능한 직원들을 채용할 수 있겠지만 사업 초기에는 그런 것이 없지 않은가. 결국, 당신이 모르는 것을 대신해 줄 사람을 뽑는 시점은 사업이 궤도에 오른 단계에서부터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사업 초기 단계와 그 사업이 궤도에 오른 단계, 성장 단계에 따라 사람 관리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음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내가 사업에 관록이 붙은 후에 알게 된 사실들:

1)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실제로 그 사람에게 일을 시켜 보기 전 까지는 전혀 가늠하기 어렵다. 이른 바 스펙이라는 것이 제 아무리 화려하여도 일은 엉망으로 하는 직원들이 반드시 있으며(주로 성실한 “범생이”가 많고 암기에 강하다), 스펙은 별볼일 없는데도 일은 아주 탁월하게 잘하는 직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2) 불알 두쪽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자신이 모든 여자들 보다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믿는 웃기는 남자들이 꽤 많지만 그런 남자 10명을 합친 것 보다도 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여자들도 가끔 눈에 뜨였다.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 경험이지만, 그런 능력 있는 여자들 중에서 남자들이 첫눈에 반하게 될 정도로 외모가 뛰어난 여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

 

3) 상당히 많은 여자들이 직장에 대하여 낭만적, 혹은 동화적, 혹은 영화적 환상을 갖고 있으며, 남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폼 나는 일만 하게 되는 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꽤 된다.

 

4) 일을 잘하여 승진을 시켰더니 예상 외로 쩔쩔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5) 친구나 가까운 친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절대 아니다. 일을 못해도 그 사람에 대해 아무도 당신에게 조언하지 않을 것이고 직원들 대다수는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사장 개인과의 혈연이나 인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6) 큰 조직에서 일했던 간부는 가능한 채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은 입사 후 얼마 뒤 자신을 보조하여 줄 직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할 텐데 그 말은 곧 자기 자신이 사실은 실무를 잘 모른다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7) 직원이 자라난 가정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가정 환경은 집안이 콩가루이거나 이혼 가정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넉넉한 가정에서 남부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귀하게 자라나 일하는 근성이 없는 경우이다.

 

8) 해고는 절대로 마음대로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사표는 아무 때나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등등


 이제 월급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여 보자. 사장인 당신이 직원들에게 아주 넉넉한 인건비를 지불하고자 한다면 당신 호주머니가 얇아 질 것이다. 반면에 직원 인건비를 엄청 짜게 지불한다면 당신 호주머니가 불룩해 질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그런데 당신이 사업이나 장사를 하려고 한 목적이 뭔가? 우선은 돈을 좀 벌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이 사실을 예쁘게 포장하여 듣기 좋게 말하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마라. ) 직원들에게 돈을 펑펑 주다 보면 당신 호주머니는 언제 불러진다는 말인가? 반면에 직원들에게 정말 쥐꼬리만큼만 주게 되면 직원들이 수시로 사표를 낼 것이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 따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인건비 문제는 이처럼 당신이 갖게 될 이득의 크기와 직결된다. 직원이 10명이고 그들 모두의 월급을 각각 20만원만 더 낮춘다면 200만원이라는 돈이 , 1년이면 2천4백만원이라는 돈이, 당신 호주머니 속으로 더 굴러들어오게 되지 않는가. 경영학에서 말하는 인사관리법이라는 것도 사실 별 것 아니다.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장식된 모든 인사관리법의 핵심은 결국, 직원들에게 나가는 돈을 최소한도로 하면서도 최대의 이득과 최고의 능률을 얻어내는데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사장이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직원들의 월급은 계속 쥐어 짜기만 한다면 경영자로서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스쿠루지 영감이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인간상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은 시작 단계이므로 조금만 받아가고 나중에 회사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많이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글쎄다. 주식이라도 나눠주고 법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내가 볼 때 사람이란 원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틀린 법이므로 사장 호주머니부터 먼저 불리고 싶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장들 치고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대부분의 직원들은 10년 후의 금송아지 보다는 지금 당장 남들 보다 더 많은 월급과 더 좋은 복지제도를 원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사장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월급 만한 값어치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마련이라는 것도 나는 안다. 그래서 내가 내렸던 결론: 월급을 주는(혹은 결정하는) 사람과 월급을 받는 사람 사이에는 영원한 계곡이 있다.

 

직원들에게 얼급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나에게 상당한 갈등을 불러 일으켰었다. 가난한 직원들을 도와주고도 싶었지만 나 자신도, 아니 나부터 먼저, 부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자, 새겨들어라. 작은 회사의 사장에는 여러 부류가 있다.

첫 번째 부류는 직원 월급은 겨우겨우 남들 주는 만큼만 주지만(또는, 그렇게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직원들과 정말 허물없이 지내면서 김장도 같이 하고 목욕도 같이 다니며 소주도 자주 마시는 그런 “동양적 인간 관계”를 유지한다.

두 번째 부류는 첫번째 부류의 사장처럼 행동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에게 “듣기 좋은 말을 입술로만 즐겨 하는”(즉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만 골라 하는) 사장들이다.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이다. 성경에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있다면 보물도 가야 한다는 말인데 사장의 보물은 입술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장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돈이다. )

 

세 번째 부류는 직원들에게는 월급을 최소한도로만 주고 직원들과의 “동양적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전혀 관심이 없거나 직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즉 철저하게 부속품으로만 생각하는 그런 사장들이다.

 

네 번째 부류는 직원들에게도 넉넉하게 대우를 하면서 직원들과 정을 쌓아가며 “동양적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이다. 아시아에서는 이런 CEO들이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에서는 사장이 직원들과의 “동양적 인간관계”를 유지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큰 관심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자, 당신이라면 어떤 사장이 되고 싶은가?

언론에서 자주 훌륭한 경영자로 등장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정작 그 직원들에게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나는 안다.

내가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회사들이 몇 개 있다. 어느 날 그 중 한 공장장이 내게 하급 직원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하였다. 그 하급 직원들은, 내 표현방식으로 말한다면 정말 콘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 나는 공장장에게 물었다.

“자네, 저 직원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말해봐. 저들도 열심히 하면 자네 위치 만큼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돼? 아니지? 아무리 저들이 일을 잘해도 못하는 직원들하고 봉급 차이가 별로 없지? 이 회사에서 주는 인건비도 다른 회사들과 대동소이하지? 그렇다고 뭐 특별한 복지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실들을 저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마당에 자네가 소리를 지르고 악악거린다고 해서 저들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어떻게 기대하겠는가?

 

그러나 사람은 돈과 지위를 위해 일하는 것만은 아니야. 돈과 지위를 보장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 두 가지를 제공해 주어야 돼. 하나는 인간적 관계야. 동생처럼 형처럼 대하면서 발가벗고 목욕탕에서 등도 밀어주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해. 술자리도 자주 가져야 하고 자네는 주로 듣는 입장이 되어야 하는 법이야. 자기 자신이 하나의 부속품이 아니라 인격체라는 것을 느끼도록 배려하라는 말이야.

 

또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보람이나 배움을 느끼도록 해야 해. 어려운 과제를 주고 해결하게 한다거나 교육을 시키라는 말이야. 그런데 그 교육이 회사에 도움만 되는 일방적인 것이 되면 절대로 안돼. 개인의 삶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야 해. 그래야 일할 맛이 나게 되는 법이야.”

이제 사장의 입장에서 직원들과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를 살펴 보자. 나는 주변의 경영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중소기업 수준의 제조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아내를 잘 만나야 한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다. 인건비를 넉넉히 지급한다면 회사에 남는 게 없고 사장이 먹을 떡이 작다. 그러므로 인건비는 그저 남들 주는 만큼만 주게 되는데 직원들 입장에서 볼 때는 다른 곳으로 옮겨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애사심도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른 바 인간적으로 서로 얽히고 섥혀야 하는데 결국 사장 아내가 공장에 와서 돼지고기라도 구어주고 사장이 직원들과 목욕도 자주 하고 소주도 마시며 잘 어울려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해서 사장 가족과 직원들 가족이 서로 상대방 부엌 숟가락 개수도 알 정도가 되어야 인사 관리가 순조로운 법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사장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게 되면 직원들 중 일부는 우리가 뼈빠지게 일해서 사장만 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즉 차 하나를 사더라도 직원들 눈치를 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어쨌든, 여러 직원을 둔 사장이 직원 각각과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 유지시키고자 한다면, 퇴근 후에 직원들과 식사도 자주하여야 하고 술도 같이 마시며 노래도 불러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시간은 직원의 수가 수 십 명만 되어도 거의 매일 있게 되고, 그 결과 사장 개인의 가정 생활은 거의 사라져 버린다. 즉 애들이 학교는 잘 다니는지, 아내(혹은 남편)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등 전혀 모르게 되어 결국 집은 마치 하숙집 같이 그저 잠만 자고 나가는 그런 장소로 전락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당신이 왜 사업을 하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돈 좀 벌려고 아닌가. 왜 돈을 벌려고 한다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려고 아닌가. 그런데 직원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가족과의 행복은 언제 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내가 취한 방침은, 일단은 최소한도의 인원만 채용하고 그들에게 남들 주는 만큼 이상을 주되 “동양적 인간관계”는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즉 사업 초기에 채용하게 되는 직원의 월급을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은 이른 바 “시장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슷한 규모의 회사에서 주는 월급 수준에 따르라는 말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한국에 지사를 세우는 외국 회사들 대부분에서 채택되는데 그들이 참고로 하는 봉급결정 참고자료가 주한 외국 상공 회의소들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된다. )

하지만 그것도 햇수를 넘어가게 되면 직원들이 봉급 인상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에 회사의 이득이 점점 더 많아지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즉 매년 사업이 성장하고 이득이 증가된다면 그만큼의 열매를 직원들과 나눠 가져갈 수 있겠지만 매출이 증가하지 않고 이득도 증가하지 않는다면 봉급 인상은 어렵게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산업화시대의 산업 성장기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기에 세월만 지나도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는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정책이 통할 수 있었으나 그런 기업들이 이미 기반을 잡고 있는 산업화시대 말기 및 정보화시대에서 내가(혹은 당신이) 소규모로 뭔가 벌린 일이 계속적인 수익 뿐만 아니라 그 수익의 규모가 매년 증가되지 않을 경우 결국 내부적으로 직원들은, 그리고 사장도, 갈등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 계속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5년 5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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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제목 클릭)

 

1. "사업을 할 때 알아야 할 것들(2) - 사람관리|【세이노의 가르침】" (SayNo, 2005)

2. "사업을 할 때 알아야 할 것들(3)|【세이노의 가르침】" (SayNo, 2005)

이전에 항생제 남용과 과잉진료의 문제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는데요, 좋은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면 정비소가서 바가지 쓰고,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면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바가지, 스키 장비에 대해 잘 모르면 사기...뭐든지 모르면 엄청 당할 수가 있습니다. 말이 좋아 아웃소싱, 구매지 자기가 아는만큼 보인다고,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없죠. 오늘은 SI개발자 분들이 잘 모르는 양심적 의사 만나는 법에 대한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보건복지부 프로젝트 많이 뛰시는 분들은 좀 아시려나요? ^^;; 저도 멋도 모르고 보건복지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막판에 무지 빡셉니다. ㄷㄷㄷㄷ 아이러니하게도 성취감이 주는 스릴은 또 크더군요. 문제는 새벽까지 계속 일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어요. 나중에 다른 프리랜서 개발자(여자분)한테 말했더니, 자기는 그쪽은 안간다고 하면서 웃더라구요. 역시 오래 일하신 분들은 정보와 감이 다르더군요. 하지만 환경구성이나 기술은 표준(한국기준)이어서 지저분하지 않고 좋았습니다(멘트인가요? ㄷㄷ).

 

좋은 의사를 만나려면( 전문가를 고르는 법 시리즈 중 하나임 ).

 

몸에 병이 생기게 되면 누구나 의사(혹은 한의사)를 찾게 된다. 이때 누구나 실력 있는 의사, 좋은 의사, 허준 같은 명의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의사를 고르려면 먼저 의사들의 세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의대에는 어떤 학생들이 가게 되는가? 병들고 불쌍한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려는 박애심 투철한 학생들인가? 천만에. 전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이 간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얌전한 모범생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들이 의대를 지망하는 이유는 대부분 의사라는 직업이 돈도 잘 버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부러워 하고 사회적으로도 신분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행하고자 의대에 가거나 혹은 제2의 슈바이쳐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정말 정말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여서는 결코 안된다. 의사 역시 사람들이 먹고 사는 수단으로 택하는 수많은 직업들 중 하나를 택한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자, 그런 학생들이 의사 면허증을 받고자 치루는 의사고시는 어떤 내용일까? 모두 이론이다. 의대 졸업반 학생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예상문제 공략을 꾀하기도 한다. 실습은 대학 시절에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의사고시에 합격한 뒤 거치게 되는 인턴,레지던트 기간 동안에 이루어 지게 된다. 이때 돈은 얼마나 받게 될까. 의학 공부를 한지 10년째에 해당되는 전공의 4년차일 경우 연봉은 2천만원 수준이며 야간 당직 수당은 2만원선이다. 수련의 기간은 육체적으로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기에 제대로 책을 볼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응급실 야간 당직의사의 월급은 많아야 3~4백만원선이다. 인기 진료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전문의 자격을 딴30대 초,중반의 의사는 봉급의사(봉직의)로 일할 경우 “아주 아주 잘 풀리면”(재단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연봉 1억원도 받지만 실상은 그 이하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한편 이러한 진료과목들의 특징은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할 필요도 없고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눈치 안보고 놀 수도 있다. 그러나 월급을 주어야 하는 운영자가 볼 때 나이가 든 의사는 젊은 의사 보다 부담스럽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록 갈등이 발생할 요지가 크다. 하지만 이런 진료과목들은 다른 과목에 비하여 개업이 손 쉽다. 때문에 의대 졸업자들은 너도나도 인기 진료과목들의 수련의 과정을 지원하게 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경쟁은 치열하다( 때문에 그런 인턴 자리를 얻으려면 실력 이외의 여러 가지 지저분한 것들을 동원하여야 될 수도 있다).

 

인기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의 인건비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높게 형성되게 되는데 보수가 넉넉치 않으면 개원을 하고자 병원을 그만두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대출 금리가 쌀 때는 누구나 개업의 유혹을 느끼게 되기에 인건비가 상승한다. 반면에 외과 같은 경우는 노동 강도가 심하고 지원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다면 그 어느 과목 보다도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인 독립하기가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며 50대 유명 외과과장의 연봉은 최대 1~2억 수준이다. (독립한 외과 의사들 절반 이상은 수술이 비교적 손쉬운 항문과 직장을 진료과목으로 내세운다. )

 

의사가 개원을 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진료과목에 따라서는 의료 장비의 가격이 만만치 않고 입지 조건이 좋은 곳들은 임대료가 상당할 뿐 아니라 선배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뚫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개원시 필요한 인테리어나 부동산 구입 혹은 임대에 필요한 지식도 약하다. 더군다나 의사라고 하는 직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품위유지라는 명목으로 소비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 반면에 의사가 되기 위하여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투자를 남들보다 더 많이 하였다고 생각하기에 기대 수익은 높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의사들은 수련의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빚을 지는 경우도 있게 되고 연봉이 많아도 여전히 빚에 시달리기도 하며 개원을 하면서 엄청난 빚을 지기도 한다. 결국 그런 의사들은 그 빚을 한시라도 빨리 갚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히 환자들로부터 돈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 결과 3일치 약을 한번에 주어도 될 것을 진료비 수입을 늘리고자 매일 같이 오라고 하게 되기도 하고(그래서 나는 “죄송합니다만 출장을 가야 하는데 1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시면 안될까요?”하고 말한다)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예방적 차원에서 권유하는” 별의별 것들이 나올 수도 있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전세계 1위에 오르게 되고, 서울 강남 어느 산부인과의 응급차는 싸이렌 소리가 “씨쌕 씨쌕”울린다고 소문이 나게 되고(제왕절개수술을 씨저리안 쌕션, Caesarean section 이라고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그 첫 글자만 따서 씨색이라고 흔히 부른다),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건강보험공단에 거짓 청구서를 보내거나 의료장비를 리스회사를 끼고 구입한 뒤 다시 팔아먹는 의사들 까지 생기게 된다. (그러나 거짓 청구서를 보내는 의사들 중에는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선한 사마리아인들도 있다. 보험적용일수가 초과되는 가난한 환자를 위해 그 가족들 명의로 분산시켜 서류를 꾸며주었다가 나중에 비리 의사로 낙인 찍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을 “의사 선생님”으로 무조건 믿고 따르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의사들은 자기들이 설사 잘못을 하여 환자가 죽더라도 “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민형사상 어떠한 손해배상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수술 전에 요구한다.(불량품을 주더라도 고의는 아니고 최선을 다했으므로 불만 갖지 말고 돈은 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려면 무엇을 고려하여야 하는가.

우선은 현행 의료제도의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의료법인은 영리법인이 될 수 없다는 웃기는 법 때문에 자본가들은 병원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종합병원의 수는 늘지 않으나 동네 의원이나 종합 병원의 의료수가는 동일하고, 능력 있는 의사가 진찰하는 비용이나 초보 의사가 진찰하는 비용이나 보험 청구액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유명 종합 병원으로 몰린다. 그리고 종합병원에서 의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몰려드는 환자는 많다 보니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3분 진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버렸다. 모든 국민은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복지 정책이 결국은 동일한 3분 진료라는 형편없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때문에 중병이 아니라면 종합병원 보다는 개인의원 혹은 개인병원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업의를 제대로 고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건물 자체를 보아야 한다. 자체 건물이건 임대 건물이건 간에 나는 시설이 화려한 곳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실내에 수입 대리석이 붙어 있는 병원들은 건축비를 적정 이상으로 사용하였으면서도 적자가 난다고 징징 우는 곳들이거나 건축비를 빌미로 뭔가 구린내 나는 짓거리를 한 곳일 수도 있다(나는 특히 대학병원들 중 건축을 화려하게 한 곳들은 일단 구린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의심한다).

 

내 아이들이 태어날 때 내가 택한 개인 산부인과는 처가집에서 소개한 곳이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십칠팔년전의 이야기 이지만 건물은 낡았고 입원실은 3류 여인숙 정도 밖에는 안되며 바닥 난방이 연탄을 피우는 새마을 온돌 시스템이었다. 병원 시설이 호화롭다면 당연히 의사는 병원을 꾸미는데 돈을 쳐 발랐다는 뜻이고(대부분 인테리어 비용에서 와장창 바가지를 쓴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환자의 건강과 재정 상태 보다는 자기 호주머니 사정을 진료에 더 반영할 것이다. 화려한 병원일수록 수술을 권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가 택한 산부인과 의사는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분이었다.

 

오래 전 목 디스크(추간판돌출증)로 내가 고생을 하였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분야에서 권위자라고 하는 어느 병원의 원장이 여러 중앙지에 글을 쓰고 자주 소개되었기에 일단은 그 병원을 찾아갔다. 명심해라. 어떤 의사의 글이 언론에 자주 나온다는 것은 그 병원 측에서 보도자료를 돌리거나 기자들과의 친분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유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쨌든 그 병원에서는 즉시 수술을 권하였다. 하지만 그 병원의 건물 가격을 얼추 계산하여 보고 고용된 의사들의 수를 반영시켜보니 그런 건물을 지으려면 수술을 엄청나게 해야만 했다. 나는 그 병원의 권유를 무시하였다. 다른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들을 만나보니 그 병원은 완전 상업적(장사속이라는 말이다) 수술로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결국 나는 국내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 4권을 구입하여 읽어 보고 물리치료에 대해 알기 위하여 물리치료학 교과서도 구입하였다(그리고 의사들이 디스크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우는 내용이 몇 페이지도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TENS 라고 하는 저주파 치료기와 디스크의 압력을 감소시켜주는 목 보호대, 목을 당겨주는 기구가 부착된 침대 등을 종로 5가 의료기 상점에서 구입하여 자가 치료를 꾸준히 하였다. 그리고 병을 고쳤다.(질병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말: 그 병과 친구가 되어라. 그 병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아내라.)

 

둘째로 고려하여야 할 것은 의사 개인의 소비 취향이다. 의사가 차고 있는 시계나 장신구가 호화롭다면 그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의사는 피한다. 그런 의사들은 여러 가지를 설명하면서 이른 바“예방적 차원에서의 갖가지 방법들”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성균관대학교 정문 앞에 민 내과라고 있었다. 그 분은 웬만하면 약을 주지도 않는 분이었다. 진찰실에 있던 의자는 수 십년은 되어 보였고 의료 기기들 역시 골동품 수준에 가까웠다. 나는 이런 의사를 생활인으로서의 의사가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의사로 존경한다.

 

셋째로 의사의 나이를 보아야 한다. 젊은 의사를 나는 별로 신임하지 않는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임상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당신이 만난 의사는 수련 기간 동안에 당신과 똑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한번도 경험하여 보지 못했던 의사일 수도 있다. 요즘 웬만한 안과들에서 너도 나도 라식이나 라섹 수술 전문임을 표방하는 것을 볼 때 도대체 나는 레이져 수술기기를 누구를 상대로 얼마나 실습하였기에 그렇게 자신있게들 덤벼 드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면 새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한계가 있음도 고려하라. 적지 않은 의사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라.

 

넷째, 의사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물어 보아라. 의사들 중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학교 모범생 타입이 꽤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라. 불친절하게 비쳐지는 의사들 중에는 정말 실력은 있지만 성격상의 이유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정다감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권위적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외향적인 면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줄 뿐이다. 그런 의사들에게는 환자가 먼저 말을 많이 걸고 많이 물어 보아야 한다. 즉 의사가 답변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라는 말이다.

 

다섯째,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는 말을 하는 의사는 양의이건 한의이건 모두 절반은 도둑이라고 생각하라. 어느 한 의사만 알고 있는 비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 용하다고 알려진 어느 한의사가 있었는데 환자들이 바글바글 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웬만한 한약재 마다 스테로이드 제를 섞어 주었기에 반짝 치료 효과만 있었고 부작용이 상당하였다.

 

여섯째, 중병일 경우 절대 절대 어느 한 의사의 말만 듣지는 말아라. 그 의사가 유명 대학병원 고참 의사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반드시 두 군데 이상의 비슷한 임상 경험을 가진 다른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라. 어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병이 다른 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 예를 나는 여러 번 보았다. 반대로'특별히 이상한 곳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 조차 하나 둘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의사들은 환자들이 의사 쇼핑을 다니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다른 의사의 말도 들어 보아라. 전혀 다른 진단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곱째, 첨단 검사 시설이니 뭐니 하는 것도 좋지만 한의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시도하라. 둘째 딸아이가 초등학교 학생시절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가도 머리가 아프다고 울면서 호소하곤 했다. 그리고 한달 동안 종합병원들을 다니면서 갖가지 검사를 지겹도록 다 받았다. 결론은 육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으니 소아정신과로 가라는 것. 그래서 혹시나 해서 동대문 근처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갔다(평소에 다니던 곳인데 건물이 거의 쓰러져 가는 수준이다). 거기서 한의사가 딸아이를 이리저리 10분 정도 만져보고 내린 진단 결과는 칼슘 부족. 딸 아이는 얼마 후 웃음을 찾았다. 그러나 양의가 고칠 수 있는 병을 한의에게만 매달리는 바람에 병이 커진 경우도 나는 많이 보았다. 양의와 한의의 세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덟째, 자격증을 구분할 줄 알아라. 전문의는 말 그대로 어느 한 진료 과목을 전공으로 한 사람이며 별도의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이다. 일반의는 일반적 진료과목을 골고루 다 진료하는 의사이지만 일반의도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내 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성형외과도 있고 일반의가 수술하는 성형외과도 있게 된다. 그것을 구분할 줄 알아라. 그리고 의학 박사들은 수없이 많은 질병들 중 어느 특정한 병 하나를 연구해서 (어떤 이는 “연구한 척 해서”) 학위를 받은 것이다. 그 병이 아닌 다른 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박사가 아니라는 말인데도 사람들은 의학박사를 무슨 신통방통 허준으로 믿는다.

 

아홉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들과 다정하게 손잡고 보험회사를 등쳐 먹으며 병원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에 당신이 다른 이유로 인해 가게 된다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둔갑시키는데 당신 같은 환자 호주머니를 안 털어 내려고 할 리 있겠는가(이런 의사들 중에는 상해진단서를 당신에게 유리하게 발부해 주는 고마운 의사가 있을 수도 있다). 한의사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주로 값비싼 보약을 계속 먹으라고 유도한다.

 

열번째, 가족 중 누군가가 특이한 병에 걸렸지만 당신이 만난 의사는 그 병에 대해 교과서에서 한 페이지 정도 배운 것이 갖고 있는 지식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 정도 지식은 당신 역시 찾아 볼 수 있는 것임을 믿어라. 그러므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의학서적도 살펴 보아라. 영어실력이 있다면 같은 병을 앓았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미국의 유명 대학병원들을 찾아 보아라). 병이 희귀한 것이라면 반드시 유명 종합병원으로 가라. 그래야 그 병에 대해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열한번째, 특수 클리닉 간판에 지나친 신뢰는 갖지 마라. 미국에서 클리닉이란 그저 외래진료소라는 의미일 뿐이지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도 클리닉이라는 말이 어떤 세분화된 분야에서 특별한 면허를 획득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곳은 결코 아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의 클리닉들 중 일부는 그 분야의 환자들에게 과도한 기대치를 불어 넣고 고가의 진료비를 받아 낸다. 다른 의사들도 비슷한 치료를 충분히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환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별한 분야에서의 클리닉은 그런 상업성이 배제되어 있음도 알고 있으라.

 

끝으로 부모님이 중병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역할 분담을 해라. 모든 자식들이 우루루 다니는 것은 전혀 현명하지 못하다. 제 아무리 효자라고 할지라도 조만간 모두 지치고 만다. 참! 중국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들리게 되는 곳이 무료진료를 내세운 병원들인데 여러가지 한약재를 판다. 그 한약재들은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 훨씬 질 좋은 재료로 구할 수 있음도 알아 두어라(내가 한번 당한 경험이 있다).


sayno@korea.com , http://café.daum.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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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제목 클릭)

 

1.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세이노의 가르침】" (SayNo, 2004)

 

 

사회초년생 개발자분들이 특히 유념해서 봐야할 글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했습니다. 다행이 대학생때라 아주 큰돈은 아니었지만 당시로선 저한테는 큰돈이었습니다. 무치의 본바탕이 착하다보니(??) 자꾸 이용당하더라구요. 몇번 겪다보니 안되겠다 싶더군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저를 끈질기게 전도하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무치가 안넘어감) 고등학교 친구(추후에는 어떤 계기로 종교를 포기하더군요)가 양이 되기 보다는 늑대가 되어 가족을 지키라고 하더군요. 성서에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을 기반으로 무치가 차라리 짖고, 가족을 지키고자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이용해먹는 사람들한테 고맙다는 소리도 못듣고 이용만 당하는게 아무런 가치가 없더라구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을 단한번도 못느낍니다. 착하게 대해줄 수록 더 이용하려고만 하고. 친구들도 그러는데, 친척,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 심하겠죠. 그후로는 누가 아무리 읍소해도 모질게 대합니다. 안그러면 본인만 괴롭더라구요. 배반감에 등등. 지금까지 만나는 친한 친구들은 서로 돈거래 자체를 절대 안합니다.

 

이전 포스팅 중에서 함정을 조심하라고 강조했었는데요.

 

 

맥락상 (6) 함정조심의 확장판입니다.

 

에전에 다니던 회사의 직원 중에도 유사한 일을 겪었는데, 상당히 큰 금액을 친구에게 떼였다고 하더군요. 개발자는 아니고,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하고 품질관리 전문가로 일하던 직원인데, 일은 야무지게 하면서 돈이 묶여 있었습니다. 당시 저를 되게 좋게 바주셨던 팀장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있는데, 팀장님은 돈이 많으신 편이었습니다. 사모님의 가족분들이 팀장님 돈을 빌렸는데, 나중게 그 집에 가보면 팀장님 집보다도 더 호화스럽게 산다고 합니다. 팀장님이 그게 말이 되는거냐고 저한테 하소연을 하시더라구요. 세상 참 웃긴다고요.

 

첫째 가족 날파리가 있다. 이 가족 날파리들은 가족 중 당신이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혹은 적금을 얼마 지나지 않아 타게 된다는 것을 듣게 되면 그 때부터 그 돈을 “빌리고자” 파리가 앞 발을 비비듯 별의별 회유와 간청을 하게 된다. 이때 가족 날파리는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자” 빌려달라는 등 무슨 대단한 건수라도 있는 듯 당신을 설득할 것이다. 특히 일확천금을 꿈꾸기만 하는 가족 날파리들을 조심해라. 그런 날파리들은 밑빠진 항아리 같아서 빌려주는 돈 모두가 헛된 곳으로 새어 나갈 것이다. 이런 날파리들의 꼬임에 가장 잘 넘어가는 사람들은 여자들인데 오빠나 남동생 혹은 아버지 또는 남편의 뜬구름 잡는 놀이에 모아 놓은 돈 모두를 허비하고 만다.

 

이런 날파리들을 피하려면 일절 자신의 재테크 상황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저축도 비밀리에 하고 월급도 낮추어 이야기하며 때로는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고 울상을 지어라. 너무 냉정한 것 아니냐고? 한 가족이 부자가 되려면 우선은 작은 항아리에라도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정, 가족 날파리를 돕고 싶다면 일단은 악착같이 작은 항아리에라도 물을 채워 놓고 그 항아리를 감추어 놓은 상태에서 그 가족 구성원의 정신 상태를 냉정히 파악한 뒤 이자로 나오는 한 바가지 정도만 퍼주어라. 그게 현명한 방법이다.

 

명심해라. 장사건 사업이건 자기 땀을 흘리지 않으려는 경우 깨진 항아리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돈을 대준다면 당신의 삶은 곧 그 깨진 구멍을 막으려는 불쌍한 두꺼비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하나 더: 남에게 돈 까지 빌려 가족 날파리에게 주는 어리석음은 절대 범하지 말아라. 그 빚 때문에 당신 삶이 곧 무너지게 된다.

 

둘째 친척 날파리가 있다. 이 부류의 날파리들은 친척 중에 누가 어느 정도 산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 찾아오는 부류인데 친척이 와서 돈을 빌리려고 할 때 그 이유가 수술비 마련이나 학비 마련 등이 아니라 사업적인 것이라면 그 친척의 평소 생활태도를 고려하여라. 값비싼 가구나 사치품 등을 갖고 있던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주었다가 받아 낼 가능성은 크지 않음을 명심해라. 자고로 친척들의 돈을 많이 빌려 사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날파리들은 가난한 친척은 멀리하는 경향이 강하며 오로지 돈 냄새가 나는 친척들만 찾아 다닌다.

 

이들을 피하려면 몇 가지 핑계 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부동산을 구입하는 바람에 현금이 바닥이 났다거나 누군가에게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 주었는데 이자도 들어오지 않아서 속이 상해 죽겠다거나 등등의 이유를 갖고 있으라는 말이다.

 

장사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어느 독자가 이런 날파리들을 떼어 내는 기가 막힌 방법이 없겠느냐고 내게 호소하였을 때 내가 알려준 방안은 이러했다. “오늘 밤 당장 그 모든 친척들에게 전화를 해라. 그리고 돈이 급히 필요하다고 하면서 빌려달라고 해라. 모레까지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가 난다고 말해라. 그리고 꼭 좀 부탁한다고 해라. 담보라도 제공하여 달라고 말해라. 그리고 내일 한 두 번 또 전화해라. 대부분은 여유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부담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거의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하면서 전화를 끊어라. 그 뒤 그들 중 열의 아홉은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셋째, 친구 날파리들이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김승호는 ‘아들아! 인생의 지혜를 배워라’라는 글에서(조선일보 사이트에서 찾아내 읽어 보아라) 이런 말을 한다. “ 연락이 거의 없던 이가 찾아와 친한 척하면 돈을 빌리기 위한 것이다. 분명하게 ‘노’라고 말해라. 돈도 잃고 마음도 상한다. 친구가 돈이 필요하다면 되돌려 받지 않아도 될 한도 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줘라. 그러나 먼저 네 형제나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해줬나 생각하거라.”

 

백번 맞는 말이다. 30대 이후의 나이에서 돈을 빌리려는 친구의 부류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 부류는 친구니까 그냥 빌려달라는 부류인데 이들을 조심해라. 이런 사람 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경우를 나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단 한번도 말이다. 왜냐고? 돈 문제를 정(情)에 의지하여 해결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부류는 각서나 공증, 혹은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말하는 친구인데 이런 친구들이 이 세상에서 성공한다. 상대로부터 신뢰를 받는 구체적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돈 거래가 꽤 많았던 나의 경험 법칙 하나: 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가깝게 모인다. 사고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들은 신용불량자들끼리 말이 통한다. 그러므로 당신을 돈 문제로 골탕먹인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도 일단은 경계하라. 내 경험상 여기에 예외는 없었다.

 

법칙 둘: 자신의 신용을 생각하는 친구는 갚을 날자가 하루라도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전화라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들은 “친구 지간인데 이해해 주겠지”라고 자기 편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100% 돈을 떼어 먹거나 골치를 썩인다. 장사를 해도 이런 사람들은 예외 없이 반드시 실패한다.

 

법칙 셋: 나는 이자를 언제나 은행 수준으로 저렴하게 책정하였는데 그것이 고맙다고 먼저 갚는 친구들도 있었지만(이들은 대부분 후에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이자가 싸기 때문에 약속된 차용기간을 넘기고 더 쓰게 해달라고 징징거리는 친구들도 있었다(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내 돈은 맨 마지막에 가까스로 받게 되거나 떼어 먹히게 되는데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면 섣불리 싼 이자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지는 말아라. 내 경우를 볼 때 돈과 관련 된 약속을 지키는 친구들은 거의 모두 나중에 성공하였지만 약속을 어기는 친구들은 모두가 다 실패하였거나 지금도 어려운 상태이다.

 

넷째 사기군 날파리들이다. 돈을 대신 맡아서 보관하여 주겠다거나 이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아는데 돈을 불려 주겠다거나 어디어디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거나 자신의 부동산이 꽤 되는데 현금이 좀 급히 필요하다고 말하는 녀석들은 모조리 100% 사기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도대체 그런 사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한심하다. 당신 돈은 당신이 관리해라. (나도 사기를 당한다. 내가 당하는 사기는 언제나, 사정이 정말 정말 불쌍하고 힘들게 보여서 돈을 빌려 주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연락을 끊고 도망가버리는 것인데 2002년에도 몇 천만원을 그렇게 날렸다. 이런 경우를 당할 때 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순진하고 착하게 보이나?”-- 설마. ㅎㅎㅎ )

 

사기군 날파리들은 원래부터 나쁜 놈들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가족 날파리, 친척 날파리, 친구 날파리들은 정말 주의하여야 한다. 그 날파리들은 대부분 당신에게 돈을 빌려갈 때는 간이라도 빼 줄 것 같이 말하지만 돈을 받고자 할 때가 되면 상황이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해라. 나의 경험담: 은행 이자 수준에서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 주었던 고교 동창이 약 1년 후 담보를 은행에 넣고 돈을 대출하여 빚을 갚을 테니 담보를 해제하여 달라고 사정 사정하기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담보를 해제하여 주었다. 그러나 막상 은행돈을 대출 받은 뒤 부터는 완전 배째라는 식이었다(이 친구가 매일 입버릇처럼 내게 한 말은 자기가 아파트 세 채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나는 은행 금리가 내려가기에 이자를 낮춰 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은행 대출을 받아 빚을 갚는다는 이유로 담보를 해제하여 준 이상, 그 약속을 어긴 것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됨을 알려주면서 구치소와 교도소 생활을 기꺼이 하겠느냐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당신은 도우려는 마음으로 가족, 친척, 친구에게 돈을 빌려 줄 지 모르지만, 돈을 받지 못하게 될 때 “이상하게도” 욕은 당신이 먹는다. 왜냐하면 당신이 그 돈을 받기 위해 재촉을 하기 시작하면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준다느니, 한번 믿은 거 계속 믿어 달라느니, 가족간에 친척간에 친구간에 그것 하나 기다리지 못하느냐, 약속을 못 지켰을 뿐이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등의 말들이 어쩜 그렇게 사전에 입을 맞춘 듯 신기할 정도로 똑 같은 레파토리로 나오게 된다는 것을 뼈 속 깊이 명심해라. 그들은 모든 상황을 자기 입장에서 설명하고 이해하며 "내가 갚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로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사정이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 고리대금업자처럼 굴지 좀 말아라"는 논리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공통적 본성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당신이 이자를 받지 않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며 그들 중 열의 아홉은 자기들 돈 쓰고 다닐 것은 다 쓰고 다닌다는 것도 알아 두어라.

 

실화: 고교 시절 같이 낚시도 다니고 절친했던 새끼 한 명은 십 몇 년 전 나에게서 몇백만원을 10일 만에 갚겠다고 빌려갔었지만 10일 만에 종적을 감추었고 2003년에 우연히 그 새끼의 전화 번호를 알아 전화를 했더니 하는 말이 무엇이었지 아는가? “내가 네 은혜를 입었음을 고맙게 여겨왔다.” 자기가 도망갔으면서도 은혜를 입었음을 고맙게 여긴다는 이 개새끼는 내게 십 몇년 동안 전화 한 통 한적이 없고 내가 전화를 건 이후에도 계속 10새끼짓만 하고 있지만 자가용은 계속 끌고 다니고 술도 계속 쳐먹고 양복은 백화점에서 구입한다는 것을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서 들어서 안다.

 

명심해라. 이 세상에는 그런 잡놈 잡년들이 무지 많다는 것을.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그들은 일을 하여도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논리로 접근하기 마련이며 짜장면을 팔아도 "내가 파는 짜장면이 맛이 없는 이유는 오늘 몸이 상당히 피곤할 뿐 아니라 납품 받은 밀가루가 질이 좀 떨어져서 그러므로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세상을 설득시키려고 한다.

 

기억해라. 작가 이외수는 “황금비늘”에서“날파리는 날파리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했지만 인간 날파리들은 아름다운 혈연의 정이니 아름다운 우정이니 그럴듯한 것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당신에게는 고통만 줄 것이다. 당신 주변에 그런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일찌감치 면도칼로 도려내라.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경영한 회사에서 사내 결혼을 한 30대 초 부부가 있었는데 남자는 1남 3녀 중 둘째로서 외아들이고 여자는 3녀 중 장녀였다. 남자측 집안은 아버지가 안계셨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결코 아니었다. 출가한 누나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고 자기 수입도 있었으나 친정을 돕지는 않았다. 여동생 부부는 둘 다 안정된 수입이 있는 장애우였고 친정에 들어와 살고 있었지만 생활비를 내놓지는 않았다. 막내 여동생은 무직이었다. 이런 가족 상황에서 그의 수입은 모두 어머니와 가족 뒷바라지 하는데 사용되었다. 한편 나와 십년 가까이 일했던 여자 측의 수입은 모두 친정 부모의 광신적인 종교활동과 두 동생들의 뒷바라지에 사용되었다.

 

이 부부는 더블 인컴이었기에 수입이 웬만큼은 되는데도 돈은 모이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했다. 나는 몇 년간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외환위기가 오자 마자 그 부부의 부모에게 전화를 하였다. “사장인데 외환위기 때문에 도저히 월급을 제대로 줄 상황이 못 된다. 50%도 지급하지 못할 것 같으므로 이 못난 사장을 용서해 달라.” 그리고는 그 부부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너희 두 사람 모두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부어 왔다. 방금 전에 나는 너희들 집에 전화를 해서 회사가 무진장 어려워서 월급을 절반도 제대로 못줄 것 같으니 용서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의 봉급도 깎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전화한 목적은 너희들이 집에 돈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제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건 간에 모르는 척 하고 몰래 돈을 모아라. 지금이 기회이다. 너희부터 먼저 돈을 모아 기반을 잡아야 한다. 내 말을 믿어라. 깨진 항아리는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절대 굶어 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들은 내 조언을 받아 들였다. 그 뒤 2-3년 후 부부는 모아 놓은 종자돈으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였고 2003년 현재 돈도 꽤 벌었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들을 별 부담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깨진 항아리에 물붓기는 절대 하지 말아라. 그 구멍을 몸으로 막아야 하는 두꺼비가 되기 싫다면 말이다.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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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링크(제목 클릭)

 

1. "돈을 모을 때는 날파리들을 조심해라|【세이노의 가르침】" (SayNo, 2004)

무치는 절대사랑을 바란다. 절대사랑(absolute love)은 무엇인가? 자기가 외롭다고 그 빈공간을 메워줄 이성을 찾는다면 그것은 상대적 사랑이다. 그녀이기때문에(혹은 그사람이기에) 사랑한다면 절대사랑인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아예 하지 않는 사랑 ㅋㅋ 진지하게 쓰다보니 어투가 좀 짧았습니다. 하지만 무치보다 연륜이 더 있거나, 경험이 많은사람, 결혼을 이미 한 분들은 절대사랑에 대해 비웃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무치는 절대사랑이 이 생애안에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또다른 생을 얻게 되어야 그제서야 가능할 수도 있겠죠... 어쩌면 너무나도 고도화된 문명때문에 이토록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에 따라, 동물적 약육강식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었다면 한가로이(?) 절대사랑을 논하고 있을 여유는 없을테니까요... 당장 내일 사자한테 물려 죽을 수도 있고, 다른 부족의 수컷(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데, 일단 눈에 닥치는대로 상대를 찾아서 일단 동물적(본능적) 만족을 먼저 느끼고자 하겠죠.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는데, 생태계의 최상단으로 올라서며, 문명의 고도화를 거쳐, 약자를 보호하도록 사회가 구조화되면서 본능과 이성의 충돌도 발생합니다.

 

종족(DNA)보존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으나 지나치게(?) 발달된 이성으로 인해 자기합리화로 만들어낸 용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100%절대사랑이 아닌 80%정도의 절대사랑을 찾고 나머지 20%는 노력으로 메꾸고자하나,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얼마전에는 보는 사람들마다 이쁘다고 부러워하고 성격도 쿨한 그녀의 구애(?)도 물리쳤네요 ㅋ 80% 절대사랑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이 되었으나, 육방예경 혹은 잡아함경의 아내의 도리 중 "근검절약, 재산보호"에서부터 과락이 발생하더군요. 게다가, 운동을 의외로 몇년간 오래한다 싶었더니, 알고보니 PT를 하는 거더라구요 ㅋ

 

저와 첫직장을 같이다닌 동기 중 한명은 20대 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여자를 찾는 노력을 열심히 하더군요...계속 실패하다가 막판에 성공하여 결혼을 하였습니다. 자기는 너무 행복한 남자같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여자는 없을 줄 알았다고...그래서 비결을 물어보았더니, 아마 자기가 희생정신으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것 같다고 하네요.... 그 동기가 기독교 신자라 휴가때마다 해외 선교 봉사활동을 다녔거든요. 그런 모습을 눈여겨본 목사님이 소개해준 겁니다. 저도 착한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이번에 소개해드릴 글은 세이노님이 작성하신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셨거나 방향이 필요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우연히 만난 생면부지의 이성에게서 가슴이 갑자기 아릴 정도로 시려지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고 난 뒤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니 가슴이 내려 앉는 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세상 살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젠장. 단 하룻밤만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대상.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고 마는 영혼. 이른 바 휠(feel)이 꽂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내가 뭘 알겠냐 만은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같으며 운명적 만남으로 찬미하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Eyes Wide Shut 에서 그러한 감정은 현실을 위협하는 위험한 욕망으로 표현된다. 성공한 의사 빌 하퍼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앨리스는 친구가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성으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다음날 앨리스는 빌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여름 휴가 때 우연히 한 해군장교와 마주쳤는데 그에게 너무나도 강한 성적 충동을 느껴 그와 하루 밤만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 모두를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이다.

 

영화는 우리의 두근거리는 마음 뒤편에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이 성적 욕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본능이라고 부른다. 성욕을 일으키는 유전적 DNA 가 우리에게 본능으로 있다는 말이다. 그 DNA의 역할은 종족 보존을 위한 교미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며 이 유전자로 인하여 수컷은 자기의 씨를 수많은 암컷에게 뿌리려고 하고 암컷은 우성 인자를 받으려는 목적에서 더 나은 수컷을 선택하게 된다.

 

고귀한 사랑의 감정을 프로이드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성적 본능으로만 조명할 수 있느냐고? 당신이 아무리 플라토닉 러브의 신봉자라고 할지라도 어떤 이성을 좋아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이미 성적 본능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것이 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성적 DNA가 가져온 은밀한 충동이다. 이른 바 전기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운명적 만남이라는 것이 사실은 종족 보존 DNA가 요구하는 최적의 교미 상대를 만났을 뿐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랑이라는 무대 위에 오르게 되면 우리의 행동과 마음을 그렇게 성적 유전자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 이것은 2000년 2월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여서도 입증된다. 연구팀은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랑의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며 “남녀가 만나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교수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는데,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등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사람을 눈멀게 만들지만 유효기간은 2년 정도라고 했다. 성적 호기심이 일단 채워지면 더 이상 화학 물질이 처음처럼 분비되지 않으며 연인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실은 유전자가 분비 시킨 화학물질이 가져온 결과라는 말이다.

 

본능에 의해 지배되어 시작되는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우선은 외모 같은 육체적 조건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첫눈에 반하거나 첫인상이 좋아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첫 단추 하나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본능에 의하여 그렇게 지배된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결코 오래 갈 수가 없다.

 

칠순이 다 된 영원한 은막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매번 결혼을 할 때마다 “이제야 내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 사랑은 모두 깨져 버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본능에 의해 지배된 만남을 진정한 사랑으로 믿었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나라들에서 신혼 부부 3쌍 중 한 쌍 이상이 이혼을 하는 이유도 본능에 의해 치장된 감정을 진정한 사랑으로 오해하고 결혼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들이라 할지라도 상당수는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채 살아 간다. 국정홍보처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현 배우자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7.8%나 됐다. 두 쌍 중 한 쌍은 이미 깨져 있다는 말이다.

 

어느 부부는 남자가 여자를 만난 순간부터 너 아니면 못산다고 농약까지 마시며 자살 소동까지 벌이면서 결혼하였다. 헌데 1년도 안가서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고 다른 여자와 살림까지 차렸다. 이런 경우가 어디 하나 둘인가.

 

이혼 경력이 있는 기혼자였던 미국인 심슨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하고자 영국 왕위를 내 놓았던 에드워드 8세의 경우는 어떠할까? 당시 그는 왕위에 오른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렇게 고백하였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 나가기가 나로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 그날 밤 에드워드는 호주로 건너가 몇 개월을 있으면서 심슨 부인이 이혼 수속을 마칠 때 까지 기다렸고 드디어 프랑스에서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려 온 이 사랑 이야기는 아마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러브 스토리일 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들은 나중에 어떻게 살았을까? 그 두 사람은 “성격차이로 인하여” 별거하였다. 새겨들어라. 성격차이라는 말은 갖가지 이유들로 인해 대단히 많이 싸웠다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외교적 언어라는 것을.

 

기억하라. “왕자와 공주는 만나자 마자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였고 행복하게 평생을 같이 보냈대요.”라는 식의 동화들은 적어도 절반은 거짓이므로 만나자마자 운명적으로 빠져버리는 사랑은 기대하지도 말고 믿지도 말아라. 운명적 만남의 두근거림은 사랑이 아니라 본능적 DNA 가 화학물질을 분비 시켜 당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원시적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누구나 외모 혹은 첫인상에 호감을 느껴야 관계를 열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시켜주는 사랑의 시간은 길지 않다. 순간적으로 불 붙기 시작한 뜨거운 사랑이 끝까지 지속되는 예는 대부분 그 사랑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영화 타니타닉에서처럼 죽음이나 사회적 굴레로 인하여 헤어져야 하는 경우에서 주로 나타난다. 즉 사랑의 시간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지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성적 본능이 이미 충족된 상태가 되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진정한 인간의 사랑은 육체적 조건에 집착하는 유전적 본능의 지배에서 한 단계 뛰어 넘는다. 그 사랑은 상대방의 인격, 개성, 취미, 습관, 지성, 능력, 가치관 등등의 내면 세계에 매력을 느껴야 유지될 수 있다. 시작은 육체적 매력에 사로잡혀 시작되어도 내면의 뒷받침이 없다면 곧 사라질 거품이 된다. 때문에 사랑의 순서를 말한다면 이성(reason)의 교류부터 시작되고 그것이 감성으로, 다시 감성이 감정으로, 그리고 그 감정이 본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론: 남자는 자신이 어떤 여자를 만지고 싶고 애무하고 싶고 그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여자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섣불리 착각하지 말 것. 여자는 남자와 섹스를 할 때 느끼는 포근함이나 따스함 등등을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증거로 100% 과신하지 말 것. 남자 여자 모두, 육체적으로 상대에게 길들여져 있고 벗은 몸의 친밀도가 크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랑이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오판하지는 말 것. 만날 때 마다 스킨쉽 혹은 섹스에 탐닉하는 관계라면 당장 그만 둘 것. 가장 중요한 것: 외롭다고 사람을 사귀지는 말 것.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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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 사이트는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카페이지만 제가 운영하거나 개인적으로 관련된 곳은 아니며, 제가 글을 올린다고 해서 돈을 벌게 되는 사람이 생기는 곳도 아니고, 제가 말한 바 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이기에 가끔씩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블영화 중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에서, Tony Stark의 아버지, Howard Stark가 Captain한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The moment you think you know what's going on in... a woman's head.

Is the moment your goose is well and truly cooked. 

Me, I concentrate on work. Which at the moment, is about making sure
you and your men do not get killed.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2011)

 

해석: 여자의 마음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넌 완전히 망한거다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기반한 표현). 나? 나는 일에 집중한다. 지금 내가 집중하는 것은 당신과 당신의 병사들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정신각성제인 암페타민을 몸에 투여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정신이 맑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잠을 못이루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네요.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 이별한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것은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이 사랑의 열병은 6개월~2년안에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

 

※ 관련 링크(제목 클릭)

 

1.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세이노의 가르침, 2004 via 김피디, 2009)

2. "부처님이 가르친 ‘화목한 가정 만드는 법’" (부귀사, 2006)

3. "‘사랑의 열병’…사랑하면 몸 아픈 과학적 이유 있다" (헤럴드경제, 2011)

기존의 포스팅(2016.1.25)에서 독서를 강조했었는데, 독서가 귀찮다면 재야고수(강의가 주업인 사람말고, 아무런 댓가없이 경험공유하시는 분들)분들의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블로그에 광고로 도배되어있거나, 기업협찬 위주의 파워블로거이거나, 유료강연회를 선전하거나, 자기 법인으로 투자하라고 권유한다면 의심을 해봐야하고, 아무 조건없이 공유한다면 좀 더 신뢰를 해도 된다고 봅니다.

 

 

근로소득 이외에 사업소득, 투자소득을 진행하면 할수록 알아야할 지식들은 늘어만 가고, 의뢰를 하게되는데, 문제는 전문가로 일하는 직원이 나보다 모르는 경우도 생깁니다. 무치가 거래하는 세무사무소 직원이 그런 경우인데,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건 바라지도 않고, 내가 묻는 질문이라도 제대로 답변해주면 좋은데, 엉뚱하게 전혀 틀린 답변을 하여(피해는 결국 무치가 보게되어있음), 세무사무소 변경을 검토하게 만들고 있네요. 그동안의 세무자료 이관 문제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데, 벼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때에도 어느정도의 흐름은 꿰뚫고 있는 것이 좋고, 법규같은 경우는 시간을 내서 하나하나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식당개업하는데, 주방장한테 100% 의존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에 대한 질문과 같은 맥락입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한 공부, 정보 습득의 첫걸음에 독서 및 재야의 고수의 글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무치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많이 알지못하는 법규, 그중에서도 변호사에 대한 좋은 포스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스크랩 내용입니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솔직히,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는 가능한 없는 것이 좋겠지만 세상사가 우리 뜻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법 없이도 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 일지라도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필요할 때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개 같은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이른 바 “좋은 변호사”를 어떻게 하여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음식점 같은 곳이야 한 두 번 가보고 나서 맛이 없거나 불친절하면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미 그곳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변호사 개개인의 역량은 사전 평가가 상당히 어렵고 기껏해야 과거의 약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을 의뢰하였던 의뢰인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다. 게다가 변호사는 불성실한 혹은 무능력한 변호를 제공하여도 돈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 당신이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변호사를 제대로 선택하려면 우선 그들의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사,검사,변호사 같은 실무 법률가가 되려면 우선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야 하며 사법시험은 5회 이상은 응시할 수 없다. 사법고시 합격자는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여야 하는데 연수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을 마치게 되면 비로서 판사,검사,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평균적으로 말해서 5년 정도의 준비 끝에 합격하게 되는 사법고시는 응시자들에게 솔로몬과 같은 판단력이 어느 정도나 있는지 가늠하는 법률가 자격 시험이 절대 아니며 기계적으로 외워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암기력과 끈기가 강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다. 1차 시험에서는 응시자는 많은데 소수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탈락자를 만들기 위한 아리송한 문제들이 많고 2차 시험에서 보는 논문은 몇 명 되지도 않는 채점자가 수천명의 답안지를 검토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약하다.

 

내가 고시 제도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법에 통달한 무슨 “도사”로 오해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참고: 일제 시대의 고등문관 시험에서 비롯된 고시제도는 돈 없고 빽 없어도 과거시험 한번 잘 보면 암행어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계층간 신분 격차를 없앨 수도 있는 긍정적 일면도 갖고 있지만 전세계에서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며 일본 조차 이 제도를 없앴다.)

 

한편,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왜 그 시험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는 것일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벗겨주고 정의 사회를 구현하려고? 농담하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절대 다수는 명예와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기대하면서 사법고시에 도전한다. “돈 없고 빽 없지만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고시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기도 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 다니느니 몇 년 투자해서 대박 터트려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사시 합격자들을 사위로 맞이하고 싶은 딸 가진 부모들이 있다 보니 결혼할 때 처가의 경제적 보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사법고시합격자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판,검사 임용자는 부이사관의 직위를 받는다. 일반 9급 공무원이 사무관까지 승진 하는데 평균 25년, 사무관에서 부이사관이 되려면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35년의 승진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니 암기 열심히 해서 얻을 수 있는 대우 치고는 보통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고시 열풍이 가라 앉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 갈 것이 하나 있다. 35년의 승진 사다리를 단번에 뛰어 넘어 부이사관이 되면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받게 되는 것일까? 공무원 서열을 보면 차관보가 1급, 중앙부서국장급인 이사관은 2급, 부이사관이 3급이다. 2004년 현재 3급 공무원 1호봉은 140만원선이고 장기 근무한 15호봉은 230만원선이다. 그 금액에 약 28을 곱하면 연봉을 대략 알 수 있는데 연봉 약 4,000만원선부터 출발하여 6,400만원선이 최고액이 된다.(참고로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는 5급부터 출발하며 당연히 연봉은 3급 보다 낮다.)

 

물론 공무원에게는 신분보장과 연금혜택이 크기 때문에 연봉액수만 갖고서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퇴직 이전 까지는 그 정도의 월급을 받고 생활하여야 한다. 물론 돈봉투를 챙긴다면야 월급의 몇 배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 만일 당신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당신 집이 잘살고 있다면 당신 아버지는 겉으로 제아무리 점잖고 인품있고 온화하게 보여도 틀림없는 도둑놈 새끼이고 당신은 그 도둑놈 새끼의 자식이다. 당신이 그 아버지 덕분에 누리게 된 것이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여라! 뇌물로 들어온 갈비를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따위의 도둑놈 기도는 절대 하지 마라. 가증스럽다. )

 

판사나 검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사나 판사의 월급은 그 신분이 공무원이나 다름 없기에 법으로 정한 봉급표를 기준으로 하며 그 월급이 부자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다. 그들의 봉급은 예비단계인 10호봉부터 시작하여 1호봉까지 있는데 정식 법관이나 검사로 일하게 되면 봉급 150만원선인 9호봉부터 시작하게 되고 호봉 한단계가 높아지려면 약 1년9개월 이상 근무하였어야 하는데 15년 이상 근무하면 최고 단계인 1호봉이 될 수 있고 봉급은 270만원선이 된다. 따라서 연봉은 4,200만원에서 최고 7,500만원선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각종 세금을 공제하기 전 금액이며 승진을 하면 약간 더 오른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고시생들 중에서 지금은 가난하지만 혹시라도 판사나 검사가 되어 깨끗한 부자가 되겠다 혹은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좀 허황된 것이며, 취직하기 힘든 세상에 잘릴 염려 없는 공직을 얻겠다, 혹은 돈은 좀 못 벌어도 명예를 얻겠다, 혹은 가난에서 탈출하여 절약하며 중산층 정도로는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만일 여전히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곧 부자집 배우자를 얻어 신분 상승을 얻겠다는 생각이거나, 권력을 이용하여 돈봉투를 받으면서 “판새” 혹은 “검새”가 되겠다는 말이다.( 판새-부패한 판사 새끼, 검새-부패한 검사 새끼; 재판으로 망한 나의 아버지가 즐겨 썼던 단어들이다. 판사나 검사 만큼은 돈이 없어도 보람과 사명감과 명예로 살겠다는 사람이 지원하기를 바란다. 돈과 명예가 함께 추구되면 언제나 똥개새끼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어쨌든 당신 주변에 있는 검사나 판사가 잘 산다면, 다른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있거나, 이른 바 열쇠 몇 개를 줄 수 있는 집안의 배우자를 맞이 하고 매월 생활비를 추가 지급 받거나 , 절약을 통한 재테크에 귀신이거나, 맞벌이 이거나, 돈 봉투를 누군가로부터 받는다는 뜻으로 보면 틀림없다.( 적지 않은 검사나 판사의 취미가 등산이나 바둑 같이 돈 안드는 것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좌우지간 고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부자가 되고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주 더러운 생각이다. 그 노력으로 장사나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고 확률도 더 크다.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 노력하면 그 이상의 봉급을 얼마든지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기를 남들 보다 “훨씬 더 잘하여 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 그리고 부자가 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된 지위를 갖고 싶다면, 고시는 해 볼 만한 게임이다. 그러나 3-4년을 넘기지는 말아라. 10년씩 준비한다면 그 기간 동안 잃어 버리게 되는 삶이 너무 안타깝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에 평생, 나이 70이 될 때 까지도, 그늘이 지워지므로 신중히 생각해라.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변호사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 하여보자.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어떨까?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세계 역시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이 고소득을 자동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모든 전문직들처럼 변호사라는 직업은, 가난에서 탈출할 수는 있어도 40대 이전에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변호사의 세계를 좀더 살펴보자.

변호사가 개업을 하는 형태는 단독개업과 공동개업 혹은 기존 로펌이나 법무법인에 참여하는 경우 등으로 나뉘는데 전문화를 표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독개업이 아닌 경우는 사무실 운영경비를 공동부담하려는 목적도 있고 개인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고 “큰 곳이 좋은 곳”이라는 의뢰자들의 막연한 기대치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한다.

 

변호사가 되는 길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실무 경험이 전혀 없기에 법무팀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에 들어가 경력을 쌓게 되며 월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보다 상당히 낮은데, “잘 풀리면” 초봉 4~6천만원 이상도 받지만 능력이 없음이 입증되면 쫓겨나기도 한다.

 

둘째 사법고시 대신 군법무관 임용시험과 실무고시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으로 10년 이상 복무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 역시 민간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 처리에 대한 실무 경험은 약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셋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판사나 검사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로 전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실무를 이미 경험한 자들이지만 검사로서의 경험과 판사로서의 경험은 아주 판이하다.

 

의사들 중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같은 곳에서 과장급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 뒤에 개업한 의사들인 것처럼, 단언하건대 변호사들 중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검사나 판사 생활을 약15~20년 정도 이상 하다가 나온 변호사들이다 (보통 40대 중반 이상이다). 물론 수임료도 이들이 가장 비싸다. 예를 들어 부장 판사나 부장 검사직에 오래 있다가 개업한지 1-2년이 안 된 변호사라면 크지 않은 민사 사건이라도 천만원대 이상의 수임료가 보통이며, 커다란 형사사건이라면 성공사례비를 포함하여 억대 이상이 되기도 한다.

 

변호사의 호주머니를 살찌게 하는 사건들은 민사 소송 보다는 형사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사 소송이야 그냥 서로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를 따지면서 세월 보내는 것이지만, 형사 소송은 감옥에 가느냐 마느냐, 혹은 징역을 몇 년이나 살게 되느냐 등을 검찰과 다투는 것이기에 대부분 구치소에 갇혀 있는 피의자들로서는 애가 타기 마련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의 죄를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혀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짓기는 했지만 모르고 그런 것이었음을 증명하여 줄 수 있는, 또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관용을 끌어 낼 수 있는, 그런 변호사를 찾게 되며 당연히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

 

이때, 검찰이나 법원에서 오래 있다가 최근에 나온 변호사들은 당연히 검사들이나 판사들과 친분이 있을 것이므로 하다 못해 검사나 판사에게 말이라도 잘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피의자들은 하게 된다. 고참 검사나 고참 판사 출신의 변호사라면 현직 검사나 현직 판사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이것을 전관예우라고 한다)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결국 돈 많은 피의자들은 모두 그런 변호사들에게 몰릴 수 밖에 없게 되며 그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갈 확률은 거의 0 % 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이긴 자가 전부 갖는 승자 독점 시장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변호사들은 고액 수임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몰려 들기 때문에 상당히 바쁘다. 게다가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당사자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경향도 있다. 의뢰인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자연히 수임료는 올라간다.

 

명심해라. 떼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들은 40대 중반 이상의 오직 그런 사람들 뿐이며 그것 조차도 길어야 2~3년을 못간다. 왜냐하면 새로 변호사가 되고자 법원이나 검찰을 떠나오는 사람들이 매년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류의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수입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사무실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는 예가 부지기수이다. 결국 상당수는 해외유학도 다녀오면서 좀더 몸값을 높이고자 한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신을 특화 시키고 대부분 민사 소송에 치중한다. 하지만 수입이 적은 변호사들 중 어떤 이는 의뢰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도 하고, 마피아와 결탁한 Chicago lawyer 의 전형을 따라 탈주범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40대 중반에 부장판사나 부장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을 경우 도대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지명도에 따라서는 개업 후 첫 1년 동안에 10억원 아니 그 이상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수입이 감소하게 되는데 투자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재산증식은 잘하지 못하지만 50대 말 정도가 되면 수십 억원 정도의 재산은 갖게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 중 한명은 부장검사 출신인데 나이 60에 7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세금은 별로 내지 않았다.

 

전관예우의 이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사람들은 주로 그런 변호사들 밑에서 일하는 사무장들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사무장을 둔다. 사무장들은 주로 수사기관 같은 곳에서 일했거나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며 변호사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일차적 상담을 수행하면서 사건 혹은 분쟁의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사무장은 만나기 힘들다.

 

수임료는 주로 사무장이 이야기 하게 된다. 요즘 변호사들 중에는 사무장 없이 스스로 수임료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 “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느냐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꽤 많다. “돈을 초월한 선비가 되려는”그런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수임료를 안 챙기는 것은 결코 아니며 사무장을 통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고 수임료가 적으면 오히려 “자기 명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변호사가 수임료를 까놓고 말하는 쪽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변호사들이 볼 때 능력을 인정 받는 사무장은 어떠한 사람일까? 당연히 비싼 수임료를 내는 의뢰인들을 끌어 들이는 것이다. “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겨주는 사무장은 적지 않은 변호사들의 총애를 받는다. 때문에 사무장은 “변호사님의 몸값”을 올려야 하며 “불가능한 일이지만 변호사님의 영향력 덕분에 가능하게 되는 일이 많다”고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물론 그런 사무장을 오히려 멀리하는 변호사도 있음을 나는 안다.)

 

어떤 변호사들은 전문적인 사건 브로커들과 결탁하여 수임료의 20~30 %를 그 브로커들에게 지불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50%를 주기도 한다. 사건 브로커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나 실장 등으로 행세하면서 자기와 수임료를 나눠 먹는 변호사를 “검찰 고위층과도 매일 술 먹고 부장 판사들하고도 아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법조계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높으신 분”으로 치켜 올리면서 사건 당사자들이나 그 가족들을 현혹시킨다. 때로는 "사바사바”를 하려면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말하면서 비공식적인 로비 자금을 챙기는 악덕 사무장도 있다.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담당자들이 은밀히 소개하는 변호사는 그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변호사들이고 바가지 수임료가 빈번하다. 때로는 검찰, 경찰,법원, 교도소 등의 직원이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변호사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보통 수임료의 20% 이상을 가져간다.

 

굳이 변호사가 없어도 풀려날 만한 사건을 반드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풀려난다고 겁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자연뽕”이라고 한다.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면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하여 선임하였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항의하여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실은 전관예우와 “사바사바”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 당신이 검사나 판사 생활을 오래 한 변호사라고 치자. 당신이라면 매일같이 예전 동료들이었던 검사나 판사를 만나 “이 사건 좀 잘 좀 부탁한다”고 이야기 할 것 같은가? 당신이 담당한 사건이 무슨 정치적으로 꼬인 국가전복 음모 사건도 아니고 수많은 민,형사 사건 중 하나일 뿐인데도? 창피해서라도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전관예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특히 아무리 무전유죄,유전무죄라는 믿음이 팽배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판사들의 세계를 그런 통속적 시야로만 보면 안 된다. 판사들 중에는 정치 판사도 있을 수 있고 변호사와 만나 술 한잔 진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는 명예를 누구 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동료였던 변호사가 가져온 사건이라고 해서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변호사를 선택할 때 법을 초월하여“사바사바”를 잘한다는 변호사는 반 도둑이라고 생각하라.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을 의뢰인에게 듣고 상대방과 잘 싸워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열변을 토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연상하지는 말아라. 꿈 깨라. 그건 배심원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한국영화에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나라의 재판에서 변호사는 모든 것을 서류로 제출한다. 그런데 이것을 드라마나 영화에 그대로 반영하자니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가상적으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정말 극히 드물다.(시간을 내서 법원에 가서 여러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진행과정을 직접 참관하라. 데이트를 그런 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류 기록을 통해 재판이 이루어지므로 당신은 우선 사건의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변호사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변호사가 신이 아닌 이상 당신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명심해라. 당신이 휘말린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 뿐이다. 때문에 우선은 당신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적어나가야 한다. 논리는 무시하여도 된다. 투박한 문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하면서 설명하라.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변호사도 인간이다. 당신이 변호사에게 조차 거짓말을 늘어 놓는 뻔히 나쁜 놈인데도 수임료 때문에 당신을 무죄라고 변호할 뻔뻔스러운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의 사건 내용을 변호사에게 글로 써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변호사는 당신을 대신하여 정확한 내용을 설명한 서류를 재판부에 내고 판사는 서류에 쓰인 내용과 증거들을 기초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자주 만나 말로 이야기 하면 안될까? 글쎄다.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빠진 내용도 있고 정리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보자. 그가 맡은 사건은 하나 둘이 아니다. 최소 시간에 최대 변론을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건을 맡아야 사무실도 유지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으며 품위유지 비용도 마련하고 생활비도 가져 갈 수 있다.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주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제출된 서류들을 통해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기록 재판에서는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을 서류에서 많이 제시한 쪽이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신이 내 억울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내지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순박한 생각으로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실들을 제대로 설명 조차 안 하는 경우들도 많다. 여기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현상이 생겨난다. 돈이 있으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살 수 있으나”(이런 표현을 변호사들은 아주 싫어한다) 돈이 없으면 그 설명이 어설프게 되어 억울한 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돈이 있으면 뇌물을 주고 죄를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였지만 억울하다면 문장력이 형편 없어도 그 내용을 상세히 적어 재판부에 제출하여야 한다.

 

어쨌든 당신이 사건의 상황을 변호사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할지라도 “개 같은 변호사”를 만나면 그것 조차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난다는 말인가.

첫째 사무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변호사들이 그런 실수를 한다. 제출 서류를 사무장이 다 꾸미고 변호사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빼먹고 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허수아비 변호사 한명을 내세워 놓고 일은 사무장이 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의 나이는 젊거나 아주 많다.

 

둘째 변호사가 자만심에 가득 찬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가 명석한 두뇌로 사건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의뢰인의 설명을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변호사와의 처음 면담에서 사건 내용을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믿고 맡기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세째 변호사들 중에는 뜻밖에도 법 논리 싸움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글쓰는 솜씨가 형편 없는 사람도 있다. 암기 실력만 뛰어나고 지혜를 갖추지는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설명을 할 때 법적 논리성이 매우 빈약하다. 기록재판이라고 함은 법을 뼈대로 한 논리 싸움을 의미하는데 이 싸움에 약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논리력을 사전에 감지할 정도가 되려면 나처럼 변호사들을 열 댓명은 골고루 겪어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 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사건 수임이 밀려들 때 많이 벌어두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수임료가 많은 큰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 칠판에 뭔가가 빽빽히 써 있는 경우 진행 사건이 많다는 뜻이므로 그런 변호사는 수임 계약을 하여도 만나기조차 힘들 수도 있다.(주변에서 재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 돈 주고 변호사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의 경험. 아주 오래 전 상당히 유명한 변호사에게 행정소송을 위임하였다. 그는 판검사 출신은 아니었으나 그의 개업 사실을 거의 모든 언론에서 보도하였을 정도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내가 직접 전해 준 자료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했고 심지어 참고하여야 할 서적들 까지 전달하여 주었다. 하지만 100%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절반의 승리만 거두었던 것이다. 판결이 나온 뒤 변호사가 그 동안 어떻게 변론 서류들을 작성하였는지를 받아다가 검토하여 보니 내가 제시한 핵심 내용들 조차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분노하였고 그 변호사를 만나 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굴까지 시뻘개지면서 최선을 다하였다고 주장하던 그 변호사는 내가 조목 조목 잘못을 지적하며 불성실 변론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자 비로서 “죄송하다.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열심히 사과하였다. 그는 아무런 추가 보수도 받지 않겠으며 선임료도 되돌려 주겠노라고 했지만 내가 그에게 뱉은 말은 “18새끼”였다. 나는 그 일을 경험한 뒤부터는 변호사들이 어떤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는지를 반드시 챙긴다.

 

수임료는 자유 경쟁이고 지명도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하며 협상이 가능하다. 나는 수천만원 달라는 것을 오백만원에 정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소한 민사 소송이라면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정도면 판사나 검사 출신으로 개업한지 수 년 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변호사와 계약할 때는 착수금은 최소로 주고 나머지는 성공 사례비조로 나중에 주는 것이 좋은데 이것을 좋아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성공사례비를 안주고 떼어 먹는 의뢰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 진행 중에 수임료를 더 달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외로 결과가 좋은 경우 계약서에서 명시한 금액 이상을 보너스조로 더 달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돈들은 주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할 때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대형 로펌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미국식으로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데 한번은 외국인 투자를 수행하면서 문제될 사항들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풋내기 변호사로부터 청구서가 이렇게 날라왔다;“외국인 투자법 검토 몇 시간 얼마 …관련 법규 검토 몇 시간 얼마… 등등.”나는 즉각 대표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거 누가 보낸 겁니까?” “아무개 변호사입니다.” “ 그 친구 좀 바꿔주세요.” “왜 그러시지요?””투자법 읽고 검토하는 것은 내 직원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투자법도 처음 읽어 보고 관련 법규도 처음 찾아 본 새파란 변호사가 뭘 안다고 내게 조언을 한다고 덤벼들면서 비용 청구를 하는 건가요? 이 친구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수 있지요?””……죄송합니다. 그 청구서는 폐기 시켜주십시오. 없었던 것으로 해 주십시오.”

 

사업상 법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내 경험으로는 변호사 보다는 담당 공무원을 찾아 내서 그의 조언을 듣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였다. 그 어느 경우에서건 간에 기억해라. 변호사라고 해서 모든 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흔한 민형사 사건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새로 공부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때로는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사건도 있고 형사사건일 경우에는 경찰직에 오래 있다가 행정서사를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유용할 때도 있다는 것도 기억하여라.

 

한편 이른 바 국제 변호사라는 자격은 없다. 국제 변호사는 다른 나라의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는 말일 뿐이며 이 경우 한국 내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면 불법이다.(국내의 미국 변호사들은 한국 변호사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변호사 없이 홀로 소송하는 방법도 여기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느 중국집 배달원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가며 변호사 없이 서류를 작성하였고 결국 승소하였다. 혼자서도 웬만한 사건은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변호사들을 선임하였던 이유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건 혼자서 소송을 진행하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과거의 판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해당 법조문들도 명시되어 있어 매우 편리하다(법원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 홈페이지를 보면 그 내용을 국민의 입장에서 채워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참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다.). 법제처 홈페이지 역시 계속 개선되면서 잘 만들어져 있는데 주제어만 입력하면 관련 법들이 모두 나오고 한자 투성이인 법규들이 클릭 한번으로 한글로 변환되고 인쇄 역시 손쉽게 되어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법을 찾아서 읽어 보아라. 이 세상에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무인도에서 사는 사람 뿐이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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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작성한 블로그나 책, 인터뷰 등을 볼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100% 받아들이기 보다는 장단점을 구별하는 비판적 리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 이거는 좀 아닌것 같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얼마전 발견한 이 세이노라는 분의 글은 아주 공감이 되고, 간접경험에 많이 도움이되는데, 극히 일부분은 약간 의아한 부분은 있습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의 글이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한거라고 해도,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 관련 링크(제목 클릭)

 

1.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세이노의 가르침, 2004 via 김피디, 2009)

2. "종합법률정보 > 통합검색 - 대법원" - 판례검색

3. "회원수 1000명의 '복재성 손실 모임 카페' 실종 사건…그 진실은?" (조선닷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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